감정노동자의 정신적 피해, 산재보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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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계에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상으로 발견되지 않은 정신적 스트레스나 장애 등에 대해 산재 신청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역설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산재로 승인된 정신질환은 총 393건으로 이 중 사망자는 5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방지 규정이 들어가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 규정이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런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감정노동자들의 과로사에 대한 산재 인정 숫자도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계 현장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의 산재 인정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신적인 피해 등이 산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2 내린 판결을 통해 정신 노동자의 산재에 대해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의 당시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두1664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해를 입은 감정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정신적 피해가 업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한편, 해당 근무를 하기 전 건강했던 근로자가 정신적인 피해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입증을 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는 작은 부상부터 질병, 장해, 사망 사고 등 근로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지칭하고 있다. 산재 신청이 접수되면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의 판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을 거쳐 사망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여전히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등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그칠 수 있는 정신적 피해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산업현장에서는 사업주의 산재 은폐나 부정 수급 등을 우려한 공단의 미온적인 산재불인정 판정 등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대부분 대형 법무법인이나 법률 대리인 등을 대동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는데 반해, 개인은 상대적으로 법적인 입장을 호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쑤밖에 없어 억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산재전문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개인이 이를 대처하기보다 법적으로 사안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인사이트 손익곤 산재전문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산재들은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접근하지만, 정신적 질환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라며 현실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그러나 사안을 법리적으로 판단해 재해자의 근무형태, 또 업무시간과 업무의 가중 등과 그 인과관계를 적절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특히 사전에 정신건강 등이 없던 건강한 근로자가 해당 근무 이후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병원 진단서나 상담 내역 등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손익곤 산재전문변호사는 “다만 이 과정은 결코 간단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전문적인 분석과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 만큼 반드시 법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고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강조했다.